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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저는 아중양묘장입니다
  • 작성자 김*
  • 등록일 2017-06-18

'저는 아중양묘장입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자연도 말을 하고 있을 터인데 사람의 언어는 아닌지라 그 뜻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 또한 많지 않습니다.

이제 여름의 문턱에 다 달아 산등성이를 탈 때면 시원한 골바람이 감사한 때가 되었습니다.

골바람도 자연의 이야기 중 하나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도 사랑하고, 떠들고, 심각하고, 아파하고, 웃고, 울고.. 하지만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답답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중양묘장 뒤 묵방산을 둘러 내려와 양묘장에 내려선 순간, 아픈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아 아중양묘장 이야기를 남깁니다.

 

저는 아중양묘장입니다.

 

그전에는 아중매립장이었고 그 다음에는 산들의 풀꽃이 어우러진 구릉이었고 몇해 전에는 아중양묘장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구릉이 되어 풀꽃이 필 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작은 골짜기와 웅덩이에는 봄이 되면 올챙이 떼들이 뱅뱅 거렸고 따사로운 봄볕에 줄장지뱀과 도마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졸음에 겨운 눈꺼풀을 핥았습니다.

억새가 흐드러지면 그 아래 아중리를 안은 풍경이 멋들어졌습니다.

억새 뜰을 멧토끼와 너구리, 멧돼지, 고라니가 뛰놀고 풀을 뜯고 땅을 파고 휴식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사람들도 하나, 둘 이곳에 산책도 오고 등산도 하곤 했습니다.

예전에 오랜 동안 매립장이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은 풀밭 풍경과 대비되는 금속 빛의 가스 배출구 뿐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어느 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부터 풀밭을 뭉개 밭을 만들었고 올챙이가 뱅뱅이던 작은 웅덩이는 경작지 둠벙이 되었습니다.

봄이 되면 다시 뭉개고 양묘장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이때 제초제를 살포한 것인지 산에서 내려오는 조금의 물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에 의지해 작은 배수로에서 살아가던 산개구리 식구들은 이유도 없이 죽어 갔습니다. 이제는 그이들이 보이지 않고 물 또한 고이지 않습니다.

양묘장을 가꾸어 갈수록 찾아오는 사람은 늘었지만 고라니, 멧돼지, 멧토끼 친구들은 발길이 드물어 집니다.

줄장지뱀과 도마뱀도 가장자리에서 어렵사리 살아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갈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이런 우울한 날 속에서도 새싹이 돋고, 고라니가 캥캥거리며 사랑 찾는 소리가 마을에 퍼지고, 꽃이 흐드러지고, 사람들의 행복한 재잘거림이 들려올 때면 다시 행복에 젖습니다.

 

올 봄에는 귀한 손님이 저에게 찾아와 주었습니다.

큰 눈망울에, 다람쥐에 비해 느릿한 녀석, 깜찍이 그 자체인 하늘다람쥐가 왔습니다.

나무 위를 이리 저리 기고 날고 참나무 가지 사이에 늘어져 쉬기도 합니다.



하지만 녀석이 기고 나는 곳을 사람들이

확 ~~~  밀어 버렸습니다.



그 비탈은 하늘다람쥐 친구가 찾아오기 전에도 아중양묘장의 젖줄 같은 작은 계곡이었고 그 비탈에는 봄을 반기는 노루귀가 피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매년 찾아오곤 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사람들은 나무를 베고 계곡을 뭉개 버렸습니다.

계곡을 의지해 살아가던 물고기, 잠자리 유충, 달팽이, 도롱뇽, 산개구리들도 집을 잃어 버렸습니다.

계곡을 잃어버린 고라니, 멧돼지도 물을 찾아 위험한 마을로 가야합니다.

 

사람 친구들, 제발 이번에는 이곳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아 주세요.”

고라니, 산개구리, 청개구리, 쇠딱따구리, 박새, 도롱뇽, 줄장지뱀, 도마뱀, 달팽이, 나비, 억새, 산까치, 물까치, 진달래, 참나무, 다래덩굴, 개암나무, 산벚나무, 오동나무, 소나무, 새친구 하늘다람쥐...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어져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뭉개진 계곡을 그대로 놓아 주세요

시멘트 바르지 말아 주세요”

저와 함께 살아가는 산과 자연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세요.”

 

아중양묘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