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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창단 30년을 맞아 해체 위기를 맞은 호남오페라단 월간리뷰 기사
  • 작성자 김*
  • 등록일 2017-02-13

[월간리뷰 기사]              

창단 30년을 맞아 해체 위기를 맞은 호남 오페라단

 

호남오페라단은 19866월 전라북도 전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삼익피아노 건물에 둥지를 튼 후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단법인체 전문예술단이다. 필자가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호남오페라단을 이끌어 왔으니 국내 민간 오페라단장 중 가장 오래 보임한 기록을 갖고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며 호남오페라단과 나이테를 쌓아왔으니 어찌 보면 오페라단을 위해 모든 열정과 젊음을 다 쏟은 셈이다.

당시 지방의 척박한 환경의 전북에서 전문 오페라단을 창단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성악인구도 절대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지역 여건에서 오페라 운동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초창기부터 극복해야 할 난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때 오페라와 협연하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은 위상이 비상임이었고 지휘자들조차도 비상임 신분이었다. 더군다나 오페라 한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많은 예산이 소요됐으나 향토 기업이라고는 두세 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본사가 서울에 소재하여 협찬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의 산업기반은 취약하여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하기사 대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중앙에서의 협찬도 어렵다는데 지방의 여건은 어떠하겠는가.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대상문화재단과 금호아시아문화재단이 정책적으로 일부 지원을 해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안정된 재원의 출처가 없었다. 그래서 매년 발생하는 적자는 뜻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기여와 이사진의 회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약간의 보조금으로 충당하며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결손의 재정구조는 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군산대학교 교수로 있을 때까지는 사비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세세한 얘기지만 교수 봉급의 절반을 오페라단 운영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재작년 8월에 교수 퇴임을 하면서부터는 그동안 사비로 충당하던 상황도 바뀐 데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기업의 후원금마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아 호남오페라단 운영이 한계점을 맞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월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장의 후임 인선도 어려운 형편에 후원회장의 공석도 1년째인데다 후원회 조직도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이유는 최근의 경제침체에 따라 예술단 운영을 일정 부분 지원해주던 이사장과 후원회장 초빙에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소액으로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지원을 반영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책정되지도 않았다 여기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자체에 이관한 무대지원금마저 대상에서 탈락된 형편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이 열악한 재원 여건에서도 호남오페라단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헌신과 사명감으로 수준 높은 오페라작품을 제작하여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음악가와 디렉터 스태프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으며 모두가 오직 오페라 부흥의 비전만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단장인 필자 또한 오페라작품을 무대에 올리려고 재원 확보를 위해 경향각지를 뛰어다녀야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매년 그랜드 오페라를 수준 높게 공연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호남오페라단은 지역의 특성인 다양한 문화 소재를 통해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서양음악의 종합예술인 오페라와 접목시켜 창의성 짙은 작품을 제작해 왔다.

그래서 한국의 전통 문화자산과 서양의 예술장르가 융합된 가장 친숙한 우리 가락 오페라 9편을 창작 발표하였다. 그 가운데 8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오페라로 선정되었으며, 그중 <논개><루갈다>가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공연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발표된 작품으로는 동학을 주제로 한 <녹두장군 전봉준>과 그 작품을 개작한 <동녘>, 판소리 5마당 중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등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향가로 <서동과 선화공주>, 근대사에 빛나는 한국 여인 <논개>, 가톨릭 초기 순교자인 동정부부 <요한 루갈다>와 이를 개작한 <루갈다>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인 <정읍사>는 최근에 작곡을 완성하여 올해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 호남오페라단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적 성과와 모든 단원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진 재정여건은 호남오페라단 해체의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창작 활동을 같이 해온 대본작가 김정수교수와 작곡가 지성호 교수는 오로지 오페라 중흥을 위해 사전 계약도 없이 1년여 고생을 하며 수작을 완성해 무대에 올릴계획이다. 그러나 오페라단 사정이 지속적인 공연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다보니 난감할 뿐이다.

분명 호남오페라단은 음악가들뿐 아니라 애호가들에게도 우리나라 민간 오페라단 중 매우 신뢰 받는 오페라단으로 평가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이렇게 30년의 성상을 쌓아온 지역 예술단이 재정 압박으로 존폐를 들먹일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는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년을 육성시켜온 민간 차원의 예술단이지만 이것은 지역의 공공 예술자원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호남오페라단은 지역사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인 전라북도와 전주시에 지속가능한 생존방안 수립에 동참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예향의 자긍심에 걸맞게 30년 전에 씨앗을 뿌린 오페라단이 고사 직전에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지역, 아니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호남오페라단의 위기를 정책적으로 접근하여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래야 예향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 정부기관인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지역 우수예술단체에 대해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는 선택적 집중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자체가 지금 호남오페라단의 난국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제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없다면 30년 동안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쌓아온 업적에도 불구하고 전북의 예술지도에서 오페라를 지워야할 것이다. 또한 종합예술 오페라를 통해 활동을 펼쳐왔던 지역의 음악가들이나 무대전문가들의 꿈도 접어야 할 판이다.

오페라라는 작업은 민간영역에서는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일찍부터 공공 지원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런 측면에서 호남오페라단은 30년을 지펴온 오페라예술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자체에 간곡하게 호소를 하는 것이다. 예도 전북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일궈가자고 희생을 강요했던 음악가들에게 어떻게 해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현란한 대중예술의 범람 속에서 순수예술의 가치는 더욱 존중되어야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순수예술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고 정신을 윤택하게 하여야 한다. 호남오페라단은 그 역할을 지난 30년 동안 사명감을 갖고 수행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에게 30년의 전통과 빛나는 업적을 이룩한 호남오페라단에게 정책적 배려를 다시 한 번 간곡하게 요청한다. 그리고 전북을 연고로 하는 기업인들에게 호소한다. 서양의 기업들이 예술 후원을 통한 메세나 운동으로 선진기업이 되었듯이 지역의 기업들도 예술을 사랑해 주기 바란다.

 

호남오페라단장 겸 군산대 명예교수 조장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