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flower jeo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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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품격을 지닌 땅이란 의미다.

           마한·변한·진한의 삼한시대, 마한의 작은 왕국으로 시작해 백제와

           후백제, 고려와 조선,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땅 사람들은 꼿꼿
           하고 당찬 역사와 풍성한 문화를 가꾸고 지켜왔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가

           뛰어나도 그것을 받치는 정신의 토대가 없으면 반쪽짜리 자산일 뿐이다.

           전주가 후백제의 고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이며, 왕의 본향(本鄕)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정신의 유산으로 먼저 거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후백제 견훤이 도읍으로 정하고 해양대국 백제의 역사를 부활시켰던
           곳이 전주이며,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가 건국의 꿈을 품고 ‘대풍가’

           를 불렀던 곳도 전주다. 조선 태조부터 명종까지 13대 175년의 역사가

           담긴 『조선왕조실록』을 끝까지 지켜낸 도시도 전주, 단 한 곳이다. 전주는
           분명 왕의 도시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전주는 백성의 도시였다. 전주는

           왕이 그릇된 정치를 할 때마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면서 군주의 하늘’

           임을 명확히 밝혔다. 민위군천(民爲君天). 왕가의 뿌리가 굳건하게 살아

           있는 전주이기에, 전주 사람들은 군주가 백성으로부터 존재해야 하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천하는 공물(公物)인데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랴.” 당차게 부르짖던

           정여립의 꿈도 전주에서 시작됐으며,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외쳤던 동학

           농민혁명군은 전주에 집강소를 설치하며 한 바람을 이뤘다. 1980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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