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

전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시민으로서 녹지를 늘려가겠다는 정책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주천변을 걸으며 마주한 현실에 엄청난 충격과 부끄러움이 밀려오네요. 수많은 새들이 날아들던 억새와 나무를 며칠 만에 모조리 베어버리고 땅을 골라놓았더군요. 갈 곳이 없어져서인지 새들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눈에 보이지않는 작은 곤충이나 풀숲에 자리잡고 있던 동물들도 있었을테지요.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생물다양성 같은 가치는 전주시에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저 뒤켠에 버려두신 걸까요?

천변의 나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던데 버드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물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또 다른 꽃이나 나무를 심는 건가요? 그것이 아름다운 정원도시의 풍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침이면 산책을 하며 전주천의 멋진 풍경 사진을 찍어 올리곤 했는데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이 보시고는 전주에 사는 것이 부럽다, 정말 멋진 풍경이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부끄러운 풍경만이 남았네요. ‘천만그루 정원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은 천만그루 나무의 죽음 위에 도시가 세워진다는 뜻이었나 봅니다.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 시민이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 말과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이런 오만하고 시대착오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설명을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행하는 이러한 행위 또한 명백한 폭력이고 대학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