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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람에게 전주
조금 천천히, 엄벙하게
See and enjoy slowly and randomly like Jeonju people
차 있으면 빨리 간다. 전주도 차 많다. 많이 밀린다. 노란불에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KTX는 자동차보다 빠르지만 전주
는 KTX가 적다. 익산에 비해 교통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러면? 견딘다. 전주 사람들은 조금 늦은 속도를 잠시 견딜 줄 안다.
꽃이 더 일찍 피거나 더 오래가는 도시가 아니다. 전주 사람들은 다만 찬찬히 볼 뿐.
글_ 신귀백(영화평론가)
사진_ 오병화·장근범
전주 사람처럼 치명자산에 산벚꽃이 듬성듬성 피면 완산칠봉의 산벚꽃이 된장짜장 등 밀가루로드를 타다보면 전주는 중국음식도
전주 사람들은 매일 판소리만 듣는다. 거짓말이다. 귀명창이 맞받아 핀다. 칠봉 숲 사이 영산홍이 붉다. 산벚꽃도 지고 나면 맛있다. 전주의 음식은 언제나 유익하지만 전주음식도 어쩌다
많아 얼쑤 하는 추임새를 적절한 타이밍에 잘 넣기는 하지만 영화의 거리에 노란 꽃이 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것. 해로울 때가 있다. 언제? 너무 많이 먹을 때다.
서양음악도 좋아한다. 덕진동에 자리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화려한 휴가> <전설의 주먹> 등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동물원, 같은 털을 가진 새들이 한자리에 모이듯 입맛 까다로운
모악당에서는 나윤선 콘서트나 용재오닐이 출연하는 ‘디토 벚꽃 좋다. 입장료 대비 가성비가 좋아서 젊은 아빠들이 “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 곳이 전주다. 전주 남자 별로 안 좋다.
콘서트’에도 스키니와 팬츠를 엉덩이에 바른 젊은 사람들로 꽉 어릴 적 아빠랑 여기 왔었지.” 하며 중년 티를 낸다. 벚꽃 깍두기는 반찬 축에도 못 끼고, 집밥이 백반 상이니 음식
찬다. 엔딩이면 혼불문학공원이 가깝다. 최명희 선생의 묘소가 있는 가지고 잔소리할 확률이 높다. 조심하시라.
전주 사람들은 기와집에 살고 한복만 입는다. 아침에는 매일 건지산을 죽 따라가면 복사꽃 마을에 이른다. 내처 건지산
콩나물국밥을 먹는다. 에이, 어디 그러겠는가. 그럼? 미역국이나 편백숲 그 풍경에 밑줄을 긋고 전북대 앞에서 한잔한다. 하다 모던 전주
아욱국 등 차려주는 대로 먹는다. 돈 주고 사먹는 콩나물국밥 보면? 비보이라? 전주가 최고다. 오거리광장에 비보이 전용 무대가
집에는 ‘양지온반’이라는 개운한 선짓국도 자주 먹는다. 역시 전주에 오면 우정이 연애가 된다. 친구 관계가 친구 이상이 있다. 전주 양반들은 국제영화제도 비보이도 일단 지켜본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일요일 아침, 남부시장 운암집에서 손님 되면 덕진연못에 가시라. 장마 전, 연꽃이 필 때 가야 진짜다. 머리를 땅에 붙이고 돌다가 어름땡하는 ‘저것’들을 ‘지달려’준다.
대접하는 시인 김용택과 소설가 이병천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거기 신석정 시인 동상과 나란히 사진을 찍어도 좋을 일. 영화제를 찾아온 하이힐과 플랫, 끈 ‘나시’와 숏팬츠의
있다. 외국에서 온 청년들은 ‘북대앞’을 좋아한다. 불야성이다. 더 처자들이 연기를 뿜어도 모른 체해준다. 아, 참! 효자 CGV가
비빔밥? 오방색 나물이나 놋그릇 꼭 그런 것 안 따진다. 달리고 싶으면? 도청 앞 신시가지가 요즘 물이 좋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화면이란 것은 전주 사람도 잘 모른다.
양푼에다 김치에 고추장, 잔반 남은 것 이것저것 넣고 막 전주 시내의 이팝나무들이 흰 꽃을 버릴 때, 전주천을 전주 인구가 65만인데 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 축구
비벼 먹는다. 전주비빔밥은 손님들이 오시면 대접하는 메뉴라 맥없이 걷다가 늦은 아점을 먹어도 좋으리. 여름 한벽루의 경기가 열리면 3만은 기본이다. 닥치고 공격하는 슈퍼맨 대박이
생각한다. 중앙동에 위치한 비빔밥 집에서는 떡국이나 삼계탕도 오모가리탕은 전공 필수다. 팔팔 끓어 그릇이 깨질 것 같다. 아버지 ‘동궈’와 레오나르도 등을 응원하는 서포터즈 깃발에
시켜 먹는다. 구도청 주위 백반 집이나 한정식 집을 나와서는 잔뼈 많은 물고기보다는 시래기 맛이 일품이다. 이때는 체 게바라와 전봉준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전주 물 좀 먹은
커피를 마신다. 아무래도 막걸리보다는 소주다. 한벽루 아래 버드나무 사람이다.
저녁에는 막걸리를 마신다. 참말이다. 평화동에서 막걸리를 전주천변은 해거름 그림자를 끌기 좋은 곳. 덕진연못의 겨울, 시드는 연꽃을 음미할 줄 알아야 전주
마시면 술 앞에 평등이다. 안다고 더 많이 주지 않는다. 많이 경기전 서고 앞 은행나무와 동학백주년기념관 앞 노거수 사람이다. 전주 사람들은 삶에 속도를 내봤자 그것이
시키면 마일리지 올라가는 득템 방식이니 서울 사람 쫄 것 그리고 향교의 은행나무까지 노랗게 봉기하는 가을, 객사에 엄벙하다는 것을 잘 안다. 전주에 차로 오면 빨간불에 서
없다. 전주 사람들은 1차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2차에서 앉으면 그 기둥 안아보고 싶다. 탄탄한 마루는 누워보고 싶지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차 있어도 천천히 가는 자신을 느끼게
가맥이다. 전기함마로 갑오징어를 짓찧어대는 전일슈퍼와 거기 앉아 발을 까딱거린다. 객사 안에서 전화 들고 기다리는 된다.
교실만 한 임실슈퍼, 서신동 효자동에도 ‘별시런’ 안주를 사람은 외지인이고 밖에서 손전화를 두드리는 이가 전주
내놓는 가맥집들이 많다. ‘유네스코맥주창의도시’라 이름할 사람이다. 전주천 갈대로 성이 안 차면 다가공원에서 가람 A journey is an attempt to live. Thus, it could be one of the
만하다. 선생의 시조를 한 수 읊은 뒤 전주 시내를 굽어봐도 좋다. 전주 best ways to enjoy journeys to follow what the residents of
시내를 드론의 눈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메가박스 영화관 8층 the city really do. When you visit Jeonju, why don’t you do
전주 남자, 좋지 않다 바깥 출입문을 스태프 몰래 열어 보시라. 뚤레뚤레하지 말고 as they do? Jeonju people love to listen to western music
봄. 전주천 버드나무가 연록의 보드라움을 펼치면 경기전 전주 사람처럼 천천히. as well as Pansori. They eat clotted blood broth as well as
홍매화가 화답한다. 성냥 꼬투리만 한 진분홍 꽃을 달면 전주만 전주가 아니어서 화심에 가면 순두부를 먹고 고산에 bean sprout soup. At night, they not only drink makgeoli, but
대숲 곁 청매화는 홍매화 질 때까지 조금 기다려 준다. 멀리 가면 육회를 즐겨먹는다. 모악산 지나 운암교 너머 한옥 찻집 also enjoy beer at stores. They have dates at Deokjin Park
‘하루’에는 빈자리가 없다. 동문거리의 장가네 족발, 진미집의 and go on picnics to Jeonju Zoo. Jeonju people appreciate
02 콩국수, 서울소바의 메밀국수, 일품향의 만두, 진미반점의 their routines slowly without rushing things. When you look
around it slowly and randomly like them, you will see what
Jeonju really is.

